수호신이 사라진 세계

<수호신이 사라진 세계, 달팽이를 위한 노래> The World where the Guardian Spirit Disappeared,A Song for Snails, 2022,영상,페인팅,드로잉,사운드

안양에는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인 수호신이 있다. 과거에 미군이 나무를 자르자, 불이 났고, 그 이후 더욱 더 잘 모시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마을의 구전 설화를 추적하면서, 동시에 자연이 몰고온 역병에 대해 생각한다. 접촉할 수 없기에 임종을 함께하지 못한 가족들의 죽음을 마주하며 나무와 교차시킨다. 나는 너였었고 너는 나였었고, 동시에 나무였었다는 상상을 통해서 수호신이 사라진 세계 속에서 서로에게 수호신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을 시도해본다.
누군가의 생명이 꺼져갈 때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다. 누군가의 생명이 꺼져 갈 때 다시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말라고, 다시는 동물로 태어나지 말라고. 아무 존재가 되지 않는 세계. 다시는 사람이 되지 말고 동물이 되지 말고 생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떠나는 이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우리는 서로에게 수호신이 되고 우리는 서로에게 수호신이 되고 이윽고 수호신이 사라진 세계.

애도하는 예술 – 이별을 영원으로 연결하기
 
박하은 | 아트 포 랩 디렉터
 
아트 포 랩(Art For Lab.)은 안양문화예술재단과 안양시가 주최 및 후원하는 “2022 문화예술인 지원사업 – 모든예술31(경기예술활동지원)x안양”에 선정된 송유경 작가의 개인전 《수호신이 사라진 세계》를 오는 11월 19일부터 24일까지 개최한다.
 
송유경(b.1994)은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설화와 같이 원본과 출처가 불분명한 서사와 그러한 경계 속에 놓인 존재들에 주목해왔으며, 이들의 의미를 교란시키는 것에 관심을 두고 퍼포먼스의 수행을 주축으로 페인팅과 드로잉, 영상, 사운드 작업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시각 언어로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 “수호신이 사라진 세계”는 한국의 민간 신앙 속 무사와 안녕을 빌어주던 영험한 수호신이 현대 사회에서 허울 혹은 형식만 남게 되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나’와 ‘너’가 서로의 수호신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작가의 상상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서는 매년 할아버지 느티나무와 할머니 향나무에게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기리는 ‘삼막골 쌍신제’라는 마을 제사를 올린다. 이 나무들은 ‘마을 수호신 서낭 할아버지, 서낭 할머니’로 불리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진다. 경기도의 보호수로 지정된 두 나무는 오랜 세월 속 방화와 전쟁 등 사건 사고를 거쳐 각각 떨어진 자리에 모셔졌는데, 음력 7월과 10월의 초하룻날 두 번의 합동제를 올리기 때문에 ‘쌍신제’라고 불리게 되었다.
 
“예술가, 연예인, 무당 팔자가 같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사로 부르며 공연을 하는 뮤지션, 다른 사람이 되어서 연기를 하는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로 무당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모두 사라지는 이야기를 끌어안고 대신 한과 흥을 풀어주는 사람들이다.”(홍칼리의 『신령님이 보고 계셔』 중 ‘우리가 있는 곳이 굿판!’ 중에서) 현대에도 지역의 전통향토문화로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삼막골 쌍신제’는 한때 마을의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여는 성대한 잔치와 같았다고 한다. 작가는 그러한 행위를 통해 발견되는 공동체의 수행과 남겨진 이들의 연대에 주목하며, 수호신의 존재는 멀리 있는 가상의 존재이기보다 바로 지금, 여기에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작업을 통해 상기시킨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발생했던 2020년에 진행한 영상 작업 <망태할아범과 망태할아범과 망태할아범>으로부터 발전된 개념과 방향성을 담고자 했다. 사람들 사이에 병에 대한 공포보다 최초 확진자 및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팽배했던 코로나 발생 초기, 작가는 한센병과 한센병 환자에 대한 혐오가 타자화된 캐릭터로서 구축된 ‘망태할아범’ 서사의 재구성을 통해 수호신과 민간신앙을 연결시켜보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수호신의 존재가 결국 저승으로 떠난 사람들을 위해 이승에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의 안녕을 비는 애도의 매개체임을 깨달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한 가운데에 놓인 지금 새로운 애도의 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죽음으로 향하는 이에게 그의 영혼이 사람으로도, 동물로도 환생하지 않기를 빌어주는 <티베트 사자의 서>와 ‘윤회’라는 불교적 관점에 입각하여, 송유경 작가는 관객들에게 애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러한 작업은 안양이라는 지역 고유의 문화와 풍습에 대한 예술적 아카이브로 작동하며 과거와 현재가 단절되지 않도록 이어주는 한편, 불완전한 존재인 우리가 서로를 이방인으로 여기며 배척하기보다 수호신이 되어 서로를 연결할 수 있음을 애도의 관점을 예술 언어로 심화한다. 송유경의 작업을 통해 내 안의 작은 수호신을 호명해본다. 아직 우리에게는 서로를 지켜줄 힘이 남아있음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