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2

<식> Ritual, 2019, 퍼포먼스,페인팅

 

전시이력: 2019 <청년작가전DNA단체전>|순화동천

2023<동시에 손끝 너머를 볼 수 있어>개인전 | 스페이스 어반 

 

할아버지는 투병을 하시다가 입원해 계시던 병원 바로 아래 장례식 장에 들어가셨다. 상복을 입은 사람과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함께 산책하는 길은 이상하게 느껴진다. 애도의 장소는 사라지고 병원에 서 바로 장례식장으로 신속하게 연결되어 처리해주는 것이 편리하지만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개인적 경험으로 목격한 죽음과 자본 주의 사회 속에서 장례 문화를 생각해본다. 죽음마저도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좋을까? 퍼포먼스와 퍼포먼스 기록영상을 제작했으나 글을 정리하며 재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갈색 페인트칠이 벗겨진 난간. 난간을 잡자, 손에서 쇳내가 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보이는 바깥 풍경.

검은 상복을 입고 나오면, 환자복을 입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과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뒤섞인 산책 길. 

환자들이 생명이 다하면 바로 지하로 보내지는 건물.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공중에 그릇이 날아다녔고, 할머니의 발가락은 썩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장례식의 기억은 뒤섞여 있다. 아니, 온 가족에 대한  장례식의  기억이 뒤섞여있다. 

축 늘어진 팔, 비늘이 돋아난 다리. 

소리가 내 귓가에 앵앵 울려 퍼진다. 그녀는 분홍색 한복을 좋아하셨다. 그녀를 떠올리면, 새빨간 입술이 항상 라인을 삐져 나갔다. 그리고 칠이 벗겨진 진주 목걸이, 분홍색 한복.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할아버지. 그는 그녀의 가슴팍에 용돈을 끼워주셨다. 

생명이 꺼진 몸뚱이를 처음 보았다. 높고 세련되며 매끈한 유리의 화장터. 그녀의 몸뚱이는 나무토막 같았다. 크기가 분명 작지 않았는데, 작고 이상하게 크다. 꽁꽁 묶이는 모습을 지켜본다. 

하얗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냉장고. 몽뚱이가 퉁 떨어지는 소리. 

 이따금 꿈속에서 그녀를 본다. 그녀를 업고 매장을 걸어 나간다. 

어릴 때 그녀에게 책을 읽어드렸다. 바리데기였다. ‘살살이 꽃, 숨 살이 꽃, 뼈살이 꽃’

또 어떤 밤은 기다린다. 병원에 손발이 꽁꽁 묶인 채 비명을 지르는, 어떤 때는 아주 뜨겁고 어떤 때는 아주 차갑다. 남성 노인의 비명. 할아버지는 병원을 지독하게 싫어하셨다. 

나는 할아버지의 옆자리에서 잠을 청할 때면, 새액새액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를 들었다. 거의 신음소리에 가까운 소리에 두려움을 느꼈다. 신음소리를 내다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코고는 소리. 허함이 가득 메워가 빡빡해진다. 그가 숨을 내뱉은 소리가 또. 방 안을 가득 메우고 내 발끝은 차가워진다. 차가워진 발가락. 썩어버린 발가락.

할머니는 병원의 실수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병원을 고소하겠다고 하셨다. 나는 할아버지의 분노를 전해들었다. 할머니는 분명 제 발로 들어가셨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릇을 던지며 다투셨으나,  몇 년간은 또 입씨름을 하시면서도 사이좋게 지내셨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얼마 안 가 돌아가셨다. 신음소리는 그때 들었다. 이불 안에서 숨죽이며 그 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을 느꼈다. 누군가가 잠꼬대할 때면 마치 죽음의 소리를 듣는 것만 같다.  남성 노인의 비명. 할아버지가 병원으로부터 나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치는 소리. 

아아아아악 

나는 전해 들었지만, 그 소리가 종종 귓가에 울려 퍼진다. 그는 병원을 지독하게 싫어하셨다. 또 어떤 밤은 기다린다. 연기가 가득 메워진 매끈하고 큰 화장터를 상상한다. 어떤 죽음을 상상한다. “추천 묘지 바로가기”

상조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득 메운 글씨들이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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